침체기 속 건설업계 자금 조달 활발
유상증자 2건· 사채발행 3건· 채무보증은 7건
업계 관계자들 "유동성 및 자금조달 어려워졌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두 달 간 유상증자나 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14건에 달한다.
◇ 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조달
두산건설(3,995원 ▼ 5 -0.13%)은 지난달 23일 1200억원 규모의 무보증공모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및 단기차입금 상환이 목적이다.
또 현대건설(60,700원 ▼ 1,900 -3.04%)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상매입금 결제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를 발행했다. 동부건설도 지난달 26일 1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
일부 업체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다. SK건설은 해외 개발사업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중 1400억원은 개발형 사업 투자의 재원으로 터키 해저터널에 350억, 북아프리카 에틸렌 플랜트 580억, 북미 석탄가스에 470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롯데건설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풍림산업과 벽산건설은 차입을 결정했다. 풍림산업은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400억원을 차입했고, 벽산건설도 최근 두달 간 총 71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공시했다.
대우건설(10,500원 ▲ 350 +3.45%)과 쌍용건설 등 7개 건설사는 채무보증을 공시했다. 대우건설은 6000억원 규모, 쌍용건설은 2555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결정했다. 이 외에도 동부· 한라· 삼호· 서희· 벽산건설 등도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채무보증을 공시했다.
◇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어려워.."
건설업은 현재 주택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유동성 및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건설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럼에도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신규 착공 현장을 줄이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한 마케팅 강화 등으로 재무안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사업 관련 자금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됐고, 차입금 및 PF 부담이 높은 수준의 건설사들이다.
분양실적이 저조하고 입주가 잘 안 되면 영업현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금흐름이 악화되면 차입금 증가, 부채비율 상승, 차입금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만일 대규모 사업지 준공을 계획 중인 기업이라면 운전자본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증권 발행을 위한 기업 실사에 참석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PF 우발 채무 규모가 적고, PF 사업장 채무 만기가 분산돼 있는 건설사라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택 및 건설업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 PF 관련 지급보증채무 수준을 확인하고, 재무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잦은 차입 부담..채무보증도 잠재 위험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재무상태가 안 좋은 건설사의 경우 잦은 차입이나 보증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채무보증의 경우 재무제표상에 `우발성채무`로 잡히는데 잠재적인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업이 잘 되는 업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선임연구원도 "차입이나 채무보증의 경우 어떤 회사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이나 차입의 규모가 크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자금 조달의 한 가지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보증이나 차입이 우려할 요소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보증이나 차입이 늘어난다면 우려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건설사들은 하반기 경기 전망과 상황을 판단해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자본시장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선제 운영 자금 확보 차원에서 BW를 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BW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풍림산업의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은행에서 차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상황이다보니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에서 차입받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