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창평 맛의 자부심 ‘쌀엿’

옛부터 선비들의 간식거리 중 엿은 독특한 맛과 식감과 향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품질로 소문난 ‘창평쌀엿’은 오랜 전통만큼이나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힘드는 일이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제조기법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들여 그 전통의 맛을 지켜 나가고 있는 곳이 있다
삼지천 마을의 쌀엿 명인
고태석(70세)씨는 ‘창평쌀엿 명인’으로 17세 되던 해부터 모친과 함께 쌀엿 제조를 시작했고 모친은 이웃집 할머니에게서 전통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민박을 경영하면서 쌀엿제조 체험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직접제조를 하고 있는데 과거 국회의원, 장관 등을 배출한 명당 집터에서 천직인 쌀엿을 제조하고 있어 행복해하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쌀엿의 제조 과정
쌀엿 제조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는 쌀(고두밥)과 엿기름이고 제조과정은 크게
1) 고두밥을 찌고 2) 엿기름을 섞어 3) 식혜로 13시간 삭힌 다음 4) 식혜를 차두에 넣고 짜서 5) 솥에 고아 6) 갱엿을 만들고 7) 잡아 늘어 뜨리면 8) 하얀색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청을 끓여 갱엿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쌀엿 제조시의 유의사항
먼저 엿기름을 싹의 길이가 2~3cm 정도인 것을 사용하고 엿기름의 찌꺼기는 ‘채’로 두 번 이상 걸러서 맑은 상태의 엿기름 만을 사용한다
고두밥과 엿기름을 혼합할 때 물은 60도로 해야 하고 엿물을 다려 조청을 만들 때는 오직 마른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조청으로 갱엿을 만들 때는 불기가 약한 볏짚으로 불을 지펴야 한다. 갱엿의 농도는 주걱으로 떠보고 흘러 내리는 끝부분이 백지창처럼 얇아야 하며 손톱으로 튕기면 날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갱엿을 잡아 늘여 뜨리기 위한 초벌 당기기는 하얀색이 될 때까지 충분히 당기고 바람 넣기는 은근한 숯불 위 물수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때 하면 된다.

                             <조청을 끓여 갱엿을 만들고 있는 모습>

               <갱엿을 당겨 바람을 넣고 엿가락으로 마무리 하는 모습>

고태석 명인의 노하우와 소망
쌀을 고를 때 중국산은 잘 삭지를 않아 피하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넣으면 녹아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제조된 쌀엿을 차게 하면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여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어 겨울에만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일반 판매는 하지 않고 주문 판매만 하는데 쌀80kg 1가마 하는데 이틀이 걸리고 한 달에 20일 정도 작업을 한다고 하면서 쌀값의 반 정도가 이문이 된다고 귀띔한다. 고태석씨 자녀들(1남1녀)은 쌀엿제조를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어 지금은 65세 된 부인과 둘이서 쌀엿제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장차 자녀들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이어 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김수용 기자